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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지혜(개정판)

9. 가정은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곳이 아니다

어느 중국 아버지의 감동적인 편지

 

평아(萍儿)에게

 

엄마 아빠는 네가 결혼한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서 정말로 기뻤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가 너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어 너무 안타깝구나. 너는 우리 딸이니까 네가 아빠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평아야,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가정 평범한 부모이고, 너도 역시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딸일 뿐이니,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 딸이 결혼의 길로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 걸어가는 길이 평안하기를 바랄 뿐이란다. 여기서 우리가 살아오면서 느낀 점을 너에게 말해주려고 한다.

 

먼저 말해주고 싶은 것은 가정은 결코 시시비비를(잘잘못을) 가리는 곳이 아니란다. 이 말은 듣기에는 사리에 맞지 않는 것 같지만 그러나 아주 정확한 말이야, 이 말이 진리라는 것은 수많은 부부와 가정이 수많은 고통과 고민을 겪고 난 후에 나온 결론이란다.

 

부부 사이에서 이치를 따지기 시작할 때, 집안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억지를 부리며, 상대방을 적대시하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얼마나 많은 부부들이 표면적인 ”이치(도리)” 때문에 결국에는 상심한 채로 헤어질 수밖에 없는지 모른단다. 그들은 모른다. 가정은 시비를 가리는 곳이 아니며, 결판을 내는 곳도 아니며, 가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가정은 대체 어떤 곳이어야 하겠니?

 

평아야, 우리가 젊었을 때는 역시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고, 또 수많은 부부들처럼 그렇게 사소한 일 때문에 크게 싸우곤 했단다. 그 해에는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나와 네 엄마가 크게 한바탕 싸우고는 심지어 이혼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단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자기 아이의 결혼식에서 “너희들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영원히 서로 사랑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을 때, ‘사랑’이라는 말이 봄날의 천둥소리처럼 나를 깜짝 놀라 깨웠다.

 

그렇다, 가정은 잘잘못을 가리는 곳이 아니라 관대히 용서하는 장소이며, 가정은 마땅히 사랑을 중시하는 장소이어야 한다. 한때를 사랑하는 것은 쉽지만, 한평생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이 말속에는 우리가 어떤 결론을 이끌어 내고 깨달아야 할 수많은 것들이 있단다

 

그다음으로,우리가 너에게 말해 줄 것이 있어. 결혼은 빈 상자라서 네가 반드시 안으로 물건을 넣어야만 비로소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질 수 있으며, 네가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얻는 것도 역시 더욱 많아지는 것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할 때, 결혼에 대해서 매우 많은 기대를 하는데, 그 기대 속에서 부귀와, 위로, 애정, 편안함, 즐거움, 건강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실은 결혼은 처음에는 단지 텅 빈 상자일 뿐이야. 함께 걸어갈 두 사람은 반드시 하나의 습관을 길러야 해, 먼저 주고, 먼저 사랑하고, 서로 관심을 가져주며,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습관을 길러야 해. 이렇게 하면 훗날 그 빈 상자 안의 물건들이 나날이 많아질 것이고, 부부간의 사랑 역시 나날이 깊어질 거야.

 

빈 상자 안에 가장 먼저 넣어야 할 것은 당연히 ‘그리움’이야. ‘그리움’은 두 사람이 정이 쌓이고 난 후에, 서로 배려하고 서로 아껴주는 마음이란다. ‘그리움’이란 지쳤을 때 집으로 통하는 작은 길이고, 추운 겨울의 따뜻한 기운이며, 서둘러 집 문을 열었을 때, 얼굴에 밀려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 같은 것이란다.

 

빈 상자 안에는 또한 ‘예술’ 즉 결혼생활의 ‘예술’을 넣어야 한다. 결혼생활에서 예술이 필요한 부분은 어느 곳에나 다 있다. 화를 내는 데도 예술(기술)이 필요하고, 싸우는데도 예술이 필요한 법이란다. 결혼의 상자 속에 ‘그리움’과 ‘예술’을 제외하고도 아직 많은 것들을 넣을 수 있는데, 이것들은 너 스스로가 발견해야 하는 부분이란다.

 

평아야, 이 편지가 바로 아빠 엄마가 너에게 보내는 결혼선물이란다. 우리는 우리의 축복이, 너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란다.

 

아빠. 엄마가

2016년 5월 24일

 

《감동적인 편지를 읽고 나서》

 

평범한 중국 아버지의 편지가 참 감동적이네요. 어떤 저명인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 결혼은 정절(절개), 강인함, 인내, 부드러움과 기타 여러 가지 독신에게는 불필요한 미덕을 기를 수 있게 한다.”

 

결혼생활은 경제적 능력뿐만 아니라 많은 정신적 능력과 인품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결혼을 생각할 때, 너무 경제적 독립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정신적 능력과 인품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여러분 주위에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이 있다면 이 중국 아버지의 편지를 보여 주길 바랍니다. 아마도 평생을 걸쳐 가장 큰 사업인 결혼의 의미를 다시 음미할 계기가 될 것 같네요. 저도 아직도 싱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딸에게 보여 줄 생각입니다. 딸이 장래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경영하기 위해서…….